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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 ESG 동참... "재활용 용기로 바꿔라"

제품개발 단계부터 재활용 쉬운 소재 선택
‘예쁜 쓰레기’ 오명 벗는 그린 패키징 확대

  • 기사입력 2022.12.08 18:01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ESG가 기업의 생존과 연결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도 ESG경영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찐ESG’는 용기 개선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어려움’ 등급 대상으로 소비자가 열심히 분리배출 하더라도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ESG경영 선언과 함께 가장 먼저 제품의 용기를 바꾸고 있다.

플라스틱이 제대로 재활용되려면 용기가 투명한 단일재질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는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단일재질로 만들어지더라도 내용물 제거가 어렵거나 구조적인 이유로 분리배출이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화장품 용기는 ‘예쁜 쓰레기’로 불리며 재활용업체가 가장 싫어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분리배출한다 하더라도 소각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들은 지난해 초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고 탈플라스틱을 약속했다.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제거하고,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을 30% 줄이고, 리필을 활성화하고, 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를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펼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화장품 기업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콜마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종이튜브. (한국콜마)
화장품 기업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콜마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종이튜브. (한국콜마)

◇ 제품 제조 단계부터 용기 바꾼다

플라스틱 용기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용기를 개선하는 것, 이미 나온 제품 용기를 재활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몇몇 기업들은 애초에 제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이 쉬운 종이 소재를 선택하거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4월 중순 ‘클린뷰티 인사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화장품 연구개발 단계부터 ESG경영 방침을 제품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클린 뷰티 항목과 기준을 정하고 측정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안에는 플라스틱 포장재 저감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설립한 클린뷰티 연구소에서는 화장품 포장재를 재활용, 재사용, 감량, 대체한다는 4R 관점에서 연구한다. 

지난달 14일에는 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과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순도 100%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 만든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버려진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를 용기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활용해 만든 용기에 화장품을 담아 판매하는 건 처음이다. 열분해유는 폐비닐이나 복합재질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기름으로 플라스틱 원료를 열분해유로 대체할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배 저감된다고 알려진다. 

한국콜마는 2020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이 불가피한 뚜껑을 제외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80% 줄인 친환경 종이 튜브를 개발했다. 얇은 방수막 합지와 종이를 겹쳐 50kg 이상 무게를 견딜 만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이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용기 상용화에 나섰다. 올해 8월 연우, 한화솔루션과 손잡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분쇄해 재생 원료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기존 재생 플라스틱에서 발생하곤 하는 불균일한 표명과 같은 품질 문제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안병준 한국콜마홀딩스 대표는 “한국콜마는 화장품 용기 패러다임을 친환경 용기로 전환해가며 ESG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며 ESG경영과 용기 개선의 연관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재활용 플라스틱과 투명 유리 용기 사용을 늘리고 브랜드 로고나 제품명은 최소한으로 각인하는 방식으로 용기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작년 3월에는 기존 용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70%가량 낮추는 종이 용기 기술을 개발했다. 종이 튜브가 플라스틱 용기 대비 유통기한이 짧다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최장 3년간 유통 가능한 기술을 상용화했다. 

◇ 리필 매장에서 소분 권하는 기업들 

기업들은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직접 회수하거나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해 용기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리필스테이션 건대점. (이니스프리)
기업들은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직접 회수하거나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해 용기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리필스테이션 건대점. (이니스프리)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제조기업에서 회수해 여러 방식으로 재활용하거나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소비자가 내용물을 소분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이미 유통돼 사용된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병회수함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으로 공병을 회수해 다양한 방법으로 업사이클링해왔다. 회수한 공병을 활용해 만든 벤치를 기증하거나 설치하고 공병을 활용한 바닥재와 집기용 상판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아모레퍼시픽 매장에 적용했다. 종합선물 세트 내부 지지대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니스프리는 공병수거 캠페인을 통해 탄생한 재생 플라스틱을 50% 함유한 ‘화산송이 모공마스크’ 리뉴얼 패키지를 선보였다. 제품을 쓰고 나면 다시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수거 서비스를 통해 반납할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도 화장품 공병 회수함을 설치, 기초화장용, 눈화장용, 색조화장용 등 공병을 수거해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공병을 반납하면 제품 구매 시 할인을 적용해준다.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리필스테이션도 늘고 있다. 보통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을 다 쓰고 나면 그대로 버려진다. 그러나 같은 제품을 리필한다면 용기를 버리지 않고 계속 재사용할 수 있다. 리필을 염두에 두고 제조 단계에서부터 제품을 제작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10월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 리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샴푸와 바디워시 등을 리필용기에 충전해갈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 이마트 자양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리필 매장 이용고객은 2021년 월평균 1만 5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이니스프리도 작년 12월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리필스테이션을 처음 도입한 후 올해 2월에도 건대점을 오픈,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 내용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5월 이마트 죽전점에 ‘빌려쓰는지구 리필 스테이션’을 연 데 이어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엘헤리티지 1947 매장에서도 리필 공간을 선보였다. 플라스틱 용기 재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플라스틱 사용량의 40%를 줄일 수 있는 리필 파우치 제품도 선보였다. 

이러한 리필스테이션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지구 환경을 지킨다는 장점 외에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필 스테이션에서 판매하는 샴푸와 바디워시는 일반 매장 상품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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