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상주의 썰] ‘차카게 살자’

법치와 정치 외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치'

  • 기사입력 2022.12.05 18:31
  • 최종수정 2022.12.22 20:03

우먼타임스 = 박상주 편집국장

“차카게 살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험악하게 생긴 깍두기 머리의 형님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깍두기 형님들은 ‘차카게 살자!’라고 새긴 어깨 문신을 드러낸 채 허접한 물건들을 팔고는 했다. 그들의 세일즈 언어는 비슷했다. 

“감방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앞으로 차카게 살려고 합니다. 도와 주세요. 한 개 XX원에 모십니다.”

차 안에는 싸한 긴장감이 흐르고는 했다. 해코지당할까 두려웠을까? 몇몇 승객들은 물건을 사주고는 했다. 공포 분위기 조성을 통한 사실상의 강매였다.

“정의사회 구현하자!”

깍두기 머리의 형님들이 버스와 지하철을 누비던 그 시절, TV나 라디오를 켜면 아직 군인 말투를 벗지 못한 대통령이 자주 등장했다. 군 출신 대통령은 “정의사회 구현”과 “엄정한 법치 실현”을 힘주어 말하고는 했다. 착한 사람들의 등을 치면서 사는 조폭들이 “차카게 살자”를 외치고, 헌법과 법을 뒤엎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치군인들이 “법치”를 앞세운 것이다.

◇ 세월을 착각하게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복고풍 언어'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돌려진 것일까? 요즘 TV나 라디오엔 트로트 노래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정치권 언어들도 세월을 착각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는 심하게 복고풍이다. 군부독재 시절 철권 통치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언어를 즐겨 사용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윤대통령이 4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를 빼앗고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과거 군 출신 대통령이 위협적으로 되풀이하던 "법치" 이야기를 이젠 검찰 출신 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 듣고 있는 것이다.

어디 대통령뿐인가. 추경호 부총리는 “반복적 불법을 차단하기 위해 불법에는 타협없이 끝까지 책임을 묻는 엄정 대응원칙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집단적인 힘의 행사와 초법적인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는 고리를 끊어야 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차주에게는 1년 간 정부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혜택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운임제 전면 폐지’카드까지 들먹이고 있다. 

심지어 중립적 위치에서 노사 간 갈등을 중재해야 마땅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조차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파업현장에 공권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등 일방적으로 정부와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은 물론 심판 격인 경사노위 위원장까지 줄줄이 나서서 법을 들먹이면서 화물연대를 겁박하고 있다. 시퍼런 법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항복을 종용하고 있는 꼴이다. 한 마디로 윤석열 정권 판 ‘차카게 살자’인 셈이다.

◇ 키케로 "가장 엄격한 법이 가장 큰 불의이다"

“가장 엄격한 법이 가장 큰 불의(不義)이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로마의 엄격한 법 적용을 이렇게 비판했다. 키케로는 “어떤 농간과 능수능란한 악의로 가득 찬 법 해석을 통해서 종종 부당한 일들이 발생한다”면서 엄격한 법 적용을 경계했다.

굳이 로마를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대한민국의 짧은 헌정사를 돌아보더라도 불의와 농간과 악의의 수단으로 ‘엄격한 법’이 동원된 사례는 차고 넘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과 국가보안법과 긴급조치 등 ‘엄격한 법’을 앞세워 민심과 맞서는 불의를 자행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정권의 권력자들은 ‘서울의 봄’과 ‘10월항쟁’과 ‘촛불시위’를 ‘엄격한 법’으로 누르려 했다.

그러나 법을 방패막이로 한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그 말로가 비참했다. 한 분은 총을 맞고 최후를 맞이했다. 나머지 분들은 오랜 옥살이와 함께 수백 억~수천 억 원의 벌금을 물어내야 했다. 얄궂게도 그분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벌금을 내게 한 것은 그분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던 ‘엄격한 법’이었다.

그나저나 윤 대통령은 과연 ‘법대로’를 진짜 ‘법대로’ 시행하고 있는 것일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니 뭔가 다를까?

윤 대통령 취임 200일을 돌아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일들이 많다. 우선 화물연대 파업에 들이대는 법의 잣대는 바른 것일까?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14조’를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대한 법적용 '엿장수 맘대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14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법률이나 하위 법령 어디에도 정해놓지 않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법의 잣대를 ‘엿장수 맘대로’ 들이댄 것이다. 

오죽하면 국제노동기구(ILO)까지 나서서 “결사의 자유 기준과 원칙”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키는 공식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겠는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선진국 대접을 받던 한국이 ‘인권·노동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내법이든 국제규약이든 ‘법대로’ 하기보다는 ‘맘대로’ 하겠다는 태도다. 부인 김건희 여사나 장모 최모씨 관련 범죄혐의에 대해서도 ‘법대로’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입으로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행동으로는 법치를 외면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200여 일 지났다.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대통령실 이전과 전 정권인사 및 야당 지도자 수사와 이태원 참사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여야 대화는 단절되고, 노동계와의 갈등은 깊어가고, 국민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경제는 기울고, 안보는 불안하고, 외교는 기우뚱거리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문득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TV 토론 때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새기고 나왔던 장면이 떠오른다. 혹시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정치도 법치도 모두 외면한 채 내 맘대로 인치(人治)를 하는 건 아닐까? 왕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치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제발 차카게 살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우먼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