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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7명 “구조적 성차별 있다”

직장인 1000명 젠더폭력 ‘특별 설문결과’
경력직 여성보다 10년 후배 남직원 승진 더 빨라
구조적 성차별 해결에 나서야 하는 주체는 ‘정부’

  • 기사입력 2022.11.28 14:46
  • 최종수정 2022.11.28 14:47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대한민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성차별을 개인적 문제에 넣고 선을 그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직장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전국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과 대응’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도 3분의 2가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는 구조적 성차별이 있느냐 없느냐로 논쟁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 경력직 여성보다 10년 후배 남직원 승진 더 빨라

직장갑질119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직장 내 구조적 성차별 사례를 소개했다. 그 중에는 경력직으로 입사했지만 기본급은 꼴지로 받고 있다는 여성 직장인 A씨의 사례가 있다. A씨는 “40명 직원 중 다섯 번째로 입사했지만 다른 여직원과 함께 최하 기본급을 받고 있다. 10년 늦게 입사한 나이 어린 남직원들이 이미 더 높은 지위로 승진했다. 남직원은 일반직, 여직원은 기능직으로 차별해 월급은 물론 근로조건과 처우에서도 차이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인식하고 있는 정도는 남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문조사 결과 여성의 86.3%, 남성의 65.8%가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고 응답했다. 구조적 성차별 유무에 대한 논쟁이 의미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여성이나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한 사회가 아니라는 응답도 절반을 뛰어넘는 62.2%였다. 만연한 구조적 성차별이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를 구성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희롱, 스토킹, 성추행, 성폭행과 같은 직장 내 성범죄의 주요 원인으로는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피해자 보호·구제에 관한 제도의 한계가 지적됐다. ‘스토킹이나 성희롱 등을 가볍게 대하는 사회적 인식’(50.8%), ‘회사에 신고해도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입을 것 같은 사회 분위기’(36.1%)가 문제로 지목돼 정부 주도 대책 마련과 기업의 조직문화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조명됐다. 

직장갑질119 측은 “성범죄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인식과 미흡한 제도는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지적한 구조적 성차별과 분리될 수 없다. 구조적 성차별은 사회문화를 구성하면서 제도 개선을 막고 반대로 사회문화와 제도는 구조적 성차별을 방조하며 공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는 회사 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여성 직장인이 회사에 신고해도 보호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거나 계약직 여성 직장인이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해 신고했지만 사과나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신고에 대한 보복이 심한 상황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9월 14일 서울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던 남성이 입사 동기 여성 역무원을 3년간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먼타임스) 
9월 14일 서울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던 남성이 입사 동기 여성 역무원을 3년간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먼타임스) 

 

◇ 구조적 성차별 해결에 나서야 하는 주체는 ‘정부’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목소리는 9월 14일 일어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더욱 커졌다. 서울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던 남성이 입사 동기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하다 여성이 신고해 직위해제 되자 신당역 여성 화장실에서 보복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신당역 추모 공간을 찾아 “(신당역 살인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해온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더욱 고조시킨 바 있다. 여성계는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라고 명명하고 여성을 향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해당 사건의 책임자는 정부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직장인 51.7%가 신당역 살인사건의 책임자는 정부라고 응답했고 33.2%가 회사, 즉 서울교통공사를 지목했다. 정부와 더불어 기업이 성차별·성범죄에 대해 책임져야 할 핵심 주체라는 뜻이다. 

신당동 스토킹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법안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설문조사 결과 스토킹처벌법 강화(70.8%), 피해자 청구에 따른 법원의 보호명령 결정 및 신변 안전조치 요청(52.3%), 긴급한 경우 스토킹 행위자 위치 추적(28.6%)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였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성추행, 성희롱, 스토킹 같은 직접적인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불쾌한 언행, 거절, 사생활 간섭, 사적 만남처럼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행위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개인은 ‘불쾌한 언행 및 접촉 금지’(90.2%), ‘거절은 거절로 받아들임’(90.2%), ‘사생활 간섭 및 사적 만남 미강요’(89.7%), ‘피해자 지지 및 도움’(88.2%), ‘다름(다양한 성별, 성적 지향)을 존중’(87.0%) 등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구조적 성차별 제거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없다고 치부하거나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해결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직장 내 성차별·성범죄를 가해자의 일탈로 판단하지 않고 조직문화 개선으로 예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단정한 것과 달리 직장인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여성은 물론 남성 3분의 2조차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현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것인지 재고하고 구조적 성차별 해결을 중대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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