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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의 썰] 참을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가벼움

  • 기사입력 2022.11.23 09:29
  • 최종수정 2022.12.27 14:37

우먼타임스 = 박상주 편집국장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참을 수 없는 질문의 무거움으로 첫 장을 연다. 쿤데라는 묻는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도 묻는다. 왜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세월호 참사, 그리고 2022년엔 언필칭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꽃다운 젊은이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 이 우스꽝스런 신화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 히틀러와의 화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주인공은 책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히틀러의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그는 히틀러의 사진을 통해 나치 수용소에서 처참하게 죽은 가족을 떠올리는 대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히틀러의 사진이 가스실의 공포를 불러온 것이 아니라 시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쿤데라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히틀러와의 화해’로 해석한다. 그는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변태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쿤데라는 “석양으로 오렌지빛을 띤 구름은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 단두대조차도” 라면서 인간의 ‘도적적 변태’를 고발한다.

우리도 박정희나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화해’를 한다. 누군가는 5.16쿠데타 흑백 사진을 보면서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누군가는 삼청교육대 이야기를 들으면서 7080 유행가 한 구절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세월호 침몰 사진을 보면서 섬 여행 추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우리는 숱한 ‘도덕적 변태’들을 목격한다. 변태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투쟁현장에서 피자와 맥주 ‘먹방’을 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겨냥해 “놀러 갔다가 죽은 걸 왜 굳이 추모해야 하나”라는 SNS 게시글을 올린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마저 올린다. 심각한 도덕적 변태들!

◇ 망각과 비겁과 타협의 틈새를 파고 드는 새로운 참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과거의 무거움’을 애써 잊으려 한다. 섬뜩한 참사의 기억조차 아름다운 추억으로 윤색하려 한다. 그 망각과 비겁과 타협의 틈새를 새로운 참사가 스멀스멀 파고 든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되는 이유다.

국민 개개인의 가벼움이 아닌 정부의 가벼움은 더 큰 참사의 씨앗을 품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표방한다. 알고 보니 ‘작은 정부’가 아니라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부’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언행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 방문 도중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날리면?)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가벼운 입으로 국제 설화를 일으켰다. 얼마 전 동남아 순방을 떠나면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더니, 이번엔 MBC 기자의 거북한 질문에 발끈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는 가벼움을 보였다.

◇ 참을 수 없는 윤석열 정권의 가벼움

어디 대통령 뿐인가.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빙글빙글 웃으면서 농담을 던진 한덕수 국무총리, 야권의 사퇴 압박에 대해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는 망언을 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참사 당일 집안 제사에 참석해 놓고는 지역행사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참사 현장 상황을 보고 받고도 느긋하게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비운 뒤 뒷짐을 진 채 현장으로 향했던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

참을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가벼움! 어쩌면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일찌감치 잉태됐던 게 아닐까? 어둠이 깊어진다. 촛불을 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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