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까지 서울시에서 구조된 야생동물 1403마리
비둘기부터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까지…조류 가장 많아
“야생동물은 애완동물 아냐”…발견 시 구조전문가에게

우먼타임스=박수연 기자

우리에게 익숙한 ‘국↘구→구↗꾸↗꾸↗’라고 우는 새소리는 흔히 ‘산비둘기’라고 불리는 멧비둘기가 우는 소리이다.

멧비둘기는 집비둘기와 달리 야산에서 자주 보이지만 기자는 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골목서 날지 못하는 멧비둘기를 발견했다. 다섯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도로를 서성이는 멧비둘기를 자동차들은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었다.

야산이나 구릉 숲에 산다고 알려진 멧비둘기가 어쩌다 망원동 골목 한복판에서 배회하게 됐을까. 기자가 서울시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를 하니 마포구 공원녹지과에서 20분도 되지 않아 출동해 멧비둘기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서 구조된 멧비둘기. (우먼타임스)
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서 구조된 멧비둘기. (우먼타임스)

기자가 구조 요청한 새는 멧비둘기였지만 흔히들 아는 집비둘기는 도심에서 쉽게 보이며 누군가에게는 골칫거리이자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비둘기의 구조요청은 많다고 한다. 

구조를 위해 출동한 직원은 “조류 중 가장 많이 구조되는 새가 비둘기”라며 “집비둘기부터 멧비둘기, 까치, 오리 심지어 파랑새까지 많은 야생조류들이 구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은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서 치료한 후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자연으로 방생된다”고 말했다.

◇ 지난해 서울에서 구조된 야생동물 약 1500마리

서울시 각 구청의 공원녹지과 및 푸른도시과 등에서 구조한 동물들은 서울시야생동물센터로 보내진다. 이후 센터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의 검진‧진료를 받고 상태가 심하면 수술도 받게 된다.

치료받은 야생동물들은 회복을 위해 약을 복용하거나 재활 치료가 병행되며 상태가 나아지면 자연으로 방생된다. 서울시야생동물센터는 야생동물의 체계적인 치료를 위해 2017년 7월부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설치됐다.

2022년 서울시야생동물센터 구조현황. (서울시야생동물센터)
2022년 서울시야생동물센터 구조현황.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지난해 서울시야생동물센터가 구조한 야생동물은 총 94종 1491개체였다.

구조되는 동물들은 조류가(79종 1301개체) 가장 많았고 포유류(9종 181개체), 파충류(5종 8개체), 양서류(1종 1개체) 등이었다. 올해만 해도 9월까지 1403마리의 야생동물이 구조됐다.

◇ 봄부터 여름 “어미 잃은 야생동물 많아”

구조된 동물은 5월에 360개체로 가장 많았고 6월(274개체), 8월(188개체), 7월(151개체)이 뒤를 이었다. 봄과 여름에 가장 많은 야생동물들이 구조되는 것이다.

2021년 야생동물 구조 원인 현황. (서울시야생동물센터)
2021년 야생동물 구조 원인 현황.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이는 동물의 번식기와 관련이 깊다. 센터 관계자는 “봄과 여름사이 동물들이 번식하면서 어미를 잃은 새끼동물들이 많이 구조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아'가 돼 구조된 새끼 야생동물은 434마리로 집계됐다.

새끼 야생동물들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관심대상이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동물들도 서울시야생동물센터로 온다.

센터 관계자는 “일상에서 마주할 일이 별로 없는 동물들도 센터로 종종 구조되어 온다”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솔부엉이나 황조롱이와 같은 맹금류들과 멸종위기 관심대상으로 지정된 백로과인 해오라기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솔부엉이와 황조롱이 같은 새들은 도시에서 서식할 수 있는 맹금류이다. 하지만 높은 빌딩 유리와 방음벽 등에 충돌해 구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아’ 다음에 많은 구조 사유는 ‘충돌’이었다. 새들이 창문, 방음벽 등에 부딪치는 것으로 지난해 충돌로 구조된 야생동물은 총 414마리였다.

◇ “인간, 자연의 주인 아냐…공존해야”

이 외에도 너구리와 족제비 등 포유류 구조도 많다. 특히 너구리는 포유류 중 가장 많이 구조되는 동물로 지난해 구조된 포유류 중 45%를 차지했다.

센터 관계자가 말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조 또한 너구리였다. 관계자는 “최근 새끼 너구리가 ‘미아’사유로 센터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기형 너구리였다”며 “앞다리가 둘 다 안으로 접혀 있어 발등으로 걸어야 했는데 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해 다른 너구리들과 마찬가지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명시 안터생태공원의 너구리. (서울시야생동물센터)
광명시 안터생태공원의 너구리. (서울시야생동물센터)

바삐 움직이는 도심 속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종종 미아가 되거나 다친 동물들을 발견해 구조센터에 신고하는 시민들 덕분에 현재도 도심 속 많은 야생동물들이 구조되고 있다.

◇다친 야생동물 발견하면

그렇다면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센터는 “보호장비 없이 무리하게 구조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며 “야생동물 발견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 구조전문가에게 연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야생동물은 애완동물이 아님을 강조했다. 센터 관계자는 “간혹 다친 야생동물을 집으로 데려가 보호하고 치료하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실제로 상황이 악화되어 손 쓸 수 없을 때 구조센터에 연락해 구조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위험한 환경에 놓여있어 구조 전까지 보호해야 한다면 어둡고 따뜻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며 “특히 다친 야생동물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니 음식이나 물은 주지 않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재활관리사는 센터 홈페이지에 쓴 ‘야생동물은’이라는 글에서 “우리들은 생태계 속에서 포식자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주인인 것은 아니다”라며 “야생동물과의 공존은 우리들의 목표이자 오랜 숙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생명 한 생명 야생동물들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현재도 이 야생동물들은 또 한 번의 햇살을 마주하기 위해 야생에서 야생동물다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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