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학’으로 찾은 최상의 맛
식품과학과 마케팅 두 분야에서 두각
중요한 건 “내 일을 내가 좋아하게 만드는 것”

사람들은 과학기술은 남성의 영역이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친 한국 여성 과학자가 적지 않다. 대학에서, 연구소에서, 기업에서 탁월한 성과와 학문적 업적을 쌓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과학기술인들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위셋, 이사장 안혜연)은 뛰어난 여성 과학자·기술인을 찾아 소개하는 ‘She Did It’ 캠페인을 하고 있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위셋’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이공계 여성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단체다.

우먼타임스는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도를 꿈꾸는 여성을 위해 위셋의 협조를 받아 ‘She Did It’에 실린 여성과학자들 인터뷰를 주기적으로 전재(일부 수정)한다. 인터뷰 전문은 위셋 홈페이지(wiset.or.kr)나 위셋 블로그(m.blog.naver.com/wisetter)에서, 동영상은 유튜브 ‘위셋’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She Did It-여성 과학자를 찾아] ①샘표식품 서동순 마케팅 총괄본부장

식품화학, 감각과학을 전공한 식품개발 연구원에서 국내 대표 식품 회사 중 하나인 샘표식품 임원이 된 서동순 마케팅 총괄본부장. 그는 연구와 마케팅의 영역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식품도 과학을 아는 이가 만들면 맛있다!’ 우리나라의 콩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천연 조미료 ‘연두’, 각종 재료가 필요한 우리의 반찬을 소스 하나로 양념을 끝낼 수 있는 ‘새미네 부엌’까지. 모두 ‘맛’의 과학을 공부한 그가 만든 히트 제품이다.

서동순 본부장의 원동력은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가치를 계속 생각해 보면 일이 훨씬 재밌고, 결국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여성으로서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고, 식품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때 함께 공부한 것이 감각과학이었는데 국내에 막 도입이 되었던 시기였죠.

​감각과학(관능검사)은 한마디로 사람의 오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이용해 식품이나 물질의 특성과 기호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방법이죠. 식품 외에도 화장품, 생활용품, 의류, 자동차 등 사람이 사용하는 다양한 소비재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식품 개발을 하다 보니 감각과학이 아주 유용하더라고요.”

(위셋)
(위셋)

그는 8년간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받고 마케팅이라는 적성을 찾았다.

​서 본부장은 연구든 마케팅이든 일의 과정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자료와 시장의 제품을 조사한 후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해석을 하는 일련의 과학적인 방법이 마케팅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누가 더 시장을 잘 읽고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연구원 시절의 주 업무는 더 좋은 제품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A와 B 제품을 만들고 두 개 중 어느 것이 좋은가 선택하는 일을 주로 하죠. 하지만 시장에서 중요한 건 그 앞 단계인 기획이었고, 이 단계가 제품의 성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느 날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 기름을 넣은 우유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한 적이 있었어요. 기획안에는 바나나, 딸기, 커피 향의 3종을 론칭할 것이니 가장 맛있게 제품을 개발해달라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딸기향과 커피향이 더 맛있는가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건강 컨셉의 우유에 딸기향과 커피향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우유를 적게 먹으니 우유의 콜레스테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식물성 지방은 원래 많이 먹는 문화였고요.

따라서 유지방을 식물성으로 바꾸는 제품은 우리의 식생활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마케팅팀을 찾아가 이런 문제를 말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득 제품 기획을 하는 마케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위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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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본부장은 ​‘이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버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40대에 임원이 되었는데 1946년에 창립한 샘표식품은 임직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다.

“임원이 되었을 때 젊은 여성 임원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을까, 스스럼없는 성격이 버릇없어 보이진 않을까 신경 쓰이더라고요. 하지만 하루아침에 사람이 달라지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하던 대로, 나답게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임원이 된 만큼 책임감도 커졌죠. 콩 발효 천연 조미료 ‘연두’는 출시 초기 시장 반응이 싸늘했어요. 1년 반 만에 철수할 땐 책임자로서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 중압감이 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딨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패했으면 실패한 이유를 찾아서 보완하면 되니까요. 이후 연두를 전면 리뉴얼 론칭했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죠.”

​그는 ‘나는 못할 거야’라고 위축되지 말고 기회가 주어지면 도전해 보라고 한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 자체보단 인간관계가 더 힘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내 배에서 낳은 자식도 마음도 안 들고, 부모하고도 안 맞는데, 하물며 남이라고 맞을까요? 안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조금이라도 맞는 거 하나만 찾는다면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입맛도 다양하기에 식품 개발은 과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음식 트렌드 등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제품을 기획하고, 맛의 기호도를 평가하고 분석해 최상을 맛을 개발한다. 이런 과학적인 접근과 도전을 피하지 않기에 다채로운 맛의 요리가 식탁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이 만든 식품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나아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가치를 잊지 않는다.

“여러분이 회사에서 보고서를 쓸 때도 ‘여기까지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보고서의 상위 개념과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일이 훨씬 의미 있어져요.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려 하지 말고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이 일을 함으로써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가치를 계속 생각해 보길 바라요. 그러면 일이 훨씬 재밌고, 좋은 성과가 있을 거예요.” (정리=심은혜 기자)

(위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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