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인, 피해자가 판사에 보낸 탄원서 공개
"경찰과 법원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이었다"
현장에는 시민 추모 걸음 이어져

우먼타임스=박수연 기자

“누구보다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가, 합의 없이 오늘까지 버틴 것은 판사님께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작성한 탄원서에 적힌 내용이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민고은 변호사. (우먼타임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민고은 변호사. (우먼타임스)

◇ 유족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 “피고인 반성 없었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민고은 변호사는 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분이었다”며 “더 이상 범죄 피해 속에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했고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온당한 처벌을 받길 바라며 이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의 신변보호와 관련된 질문에 “사건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고 피해자 변호사로서 한계를 느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이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가해자 전주환에 대해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첫 번째 공판 기일에도 판사가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냐 물으니 ‘당시 너무 힘들어서 매일 술을 마셨는데 그때 그런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가해자는 진심어린 사과도 없었다고 했다. 민 변호사는 “공판을 마치고 퇴장하는 저에게 사과편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  아무런 연락이 온 적 없다”고 말했다.

신당역을 지나던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서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우먼타임스)
신당역을 지나던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서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우먼타임스)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붙은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 화장실' 팻말. (우먼타임스)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붙은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 화장실' 팻말. (우먼타임스)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신당역에 이어진 추모 물결

“우린 언제까지 서로를 잃어야 하나”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선배로서 정말 미안합니다”

“더 이상 막을 수 있었던 폭력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이 없기를”

“법이 지켜주지 못한 당신의 혼이 그 곳에서는 편안하길”

“보고싶은 친구야. 이 모든 게 꿈만 같아서 현실감이 없구나. 올해 내 생일에 써준 편지엔 올해도 잘 보내자고 써있는데... 너무나도 보고싶어. 꼭 내 꿈에 나와줘. 꼭 안아줄게”

21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었다. 그 아래에는 하얀 국화와 과자, 커피, 캔맥주 등이 놓여있었다. 지나던 시민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 붙어있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女幸) 화장실’이라는 팻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안타까움을 전하는 추모 메시지와 더불어 팻말 주변에는 ‘대한민국에 존재하긴 하는가?’, ‘여자화장실에서조차 여성은 안전할 수 없다’, ‘?’ 등 분노를 담은 메시지가 붙어있었다.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시민은 “여성의 죽음으로 법이 바뀌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피해자가 위험에 대해 목소리를 냈을 때 반영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교통공사는 지난 19일부터 30일까지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직원들은 근무시간 동안 가슴에 검은 추모리본을 패용했다.

검은 추모리본을 패용한 서울교통공사 직원. (우먼타임스)
검은 추모리본을 패용한 서울교통공사 직원. (우먼타임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 사고가 아닌 인재”라며 “이 땅의 모든 노동자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역무원 출신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서 “우리는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잃었다”며 “이번 사고는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과 소수자를 프로불편러로 취급한 사회가 저지른 죽음”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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