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박수연 기자

택시 내에서 언어 성희롱을 당해도 법적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나 지자체 등에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으며 민원 처분율도 상당히 낮았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보자 A씨는 합정역에서 카카오 택시를 탔다가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택시 내에서 언어 성희롱을 당한 것이다. A씨가 본지에 전달한 녹음 내용을 보면 택시기사는 A씨를 향해 “남자들은 무슨 술을 좋아하냐”, “주로 무슨 술을 좋아하는지 정말 모르냐”고 반복해 물었다. A씨는 계속 되는 질문에 “글쎄요”라고 짧게 답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택시기사는 “입술 좋아하잖아요”라며 크게 웃었다.

이후에도 “술 좋아하냐”, “어떤 술을 먹어봤냐”, “양주는 먹어봤냐”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A씨는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고 무서웠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사건 이후 충분한 법적조치 및 회사 측의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언어 성희롱은 법적 처벌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 택시 내 언어성희롱, “법적 처벌 어려워”

A씨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 접수가 받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희롱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만 처벌 규정이 있다.

출동한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찰 측에 문자를 보내면 출동하는 것이 의무라 출동한 것이지, 신고자를 만지지 않은 이상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모욕죄의 경우에도 다수의 타인이 있어야 성립 가능한데 단 둘이 있는 택시 안에서 이뤄진 발언은 처벌이 힘들다.

◇ 카카오택시, “수사기관 요청 시에만 기사 정보 제공”

사건접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는 카카오택시측에 사건을 알렸지만 사측의 조치도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서울시청 등에 민원을 넣기 위해 카카오택시 측에 기사의 정보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카카오택시는 차량 탑승 3일 후 어플에서 차량번호와 택시 기사의 이름은 확인할 수 없도록 마스킹 된다.

우먼타임스 취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사에게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마스킹된 기사의 정보는 수사기관이 법령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정보 제공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경우에만 제공이 가능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3일이 경과 후 기사의 정보가 마스킹 돼 필요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정식으로 수사기관을 통한 사건 접수를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찰에 사건접수를 할 수 없었던 A씨는 카카오택시로부터 기사의 정보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차량 번호와 기사이름 등을 알 수 없기에 택시협회나 지자체에 민원을 넣을 수도 없었다.

A씨는 이후 상담사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기사에게 패널티가 내려졌다고 들었지만 세부적인 패널티 내용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 방침에 따라 말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 또한 기사의 개인정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사에 대한 배차제한기간 등 패널티 조치 처분 결과는 기사의 개인정보에 해당돼 동의 없이 세부적인 조치 사항을 고객에게 안내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제보된 사안에 대해 내부 운영 정책에 따라 배차제한을 포함해 영구적인 퇴출까지 엄격한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꼈지만 경찰은 만지지 않은 언어 성희롱은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닌 이상 사건 접수자체가 안된다하고 회사 측에서는 신고를 위해 물어본 택시 번호 조차도 알려줄 수 없다하니 무기력해졌다”며 “이보다 더 한 일을 당해도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막막했다”고 전했다.

◇ 성희롱 발언 민원 증가하는데…처분율 1%도 안돼

2015~2019년 택시 성희롱 등 불친절 민원건수.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2015~2019년 택시 성희롱 등 불친절 민원건수.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5년간(2015~2019년) 서울시 다산콜센터로 접수된 택시 성희롱‧폭언 등 불친절 민원 건수는 3만8687건에 달했다. 하지만 처분 건수는 219건으로 처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5년 간 민원건수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성차별‧성희롱 발언 신고 건수는 2015년 33건에서 2019년 7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불친절 민원은 많이 들어오지만 증거자료 불충분 등을 이유로 처분율이 낮다”며 “승객보호를 위해 사후 블랙박스 확인 등 조치를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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