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탄생’, 김보성 김향수 안미선 공저

나이가 들면서 자매와 친구들이 엄마가 됐고 자연스레 대한민국 엄마들의 사정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 사정에는 반드시 ‘돈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 돈 이야기에는 일부 계층을 향한 애석한 시선도 포함돼 있다. 빈곤층이 아이를 낳거나,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 등의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축복과 응원만 하지 않는 이유, 바로 돈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 출산을 준비하며 드는 돈, 아이를 낳은 직후 시시각각 지불하는 돈, 이후 양육과정에서 필요한 돈. 아이를 낳는 건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아이를 많이 낳은 다둥이가정을 경제적 능력이 좋다고 말하는 걸 우리는 흔히 듣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판단에 휩쓸리기 전에 한 번쯤 캐물었어야 했다.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지, 꼭 써야만 하는지, 지출에 평등은 없는지 말이다. 여유롭게 지출하지 못하는 엄마는 부족한 엄마인지, 그 안에 그릇된 소비주의가 없는지도 물었어야 했다. 그 방점은 산후조리원과 돌잔치에 찍힌다고 본다.

사회가 만든 엄마 노릇, 평범하지만 처절한 엄마들의 분투기 ‘엄마의 탄생’ (오월의봄)
사회가 만든 엄마 노릇, 평범하지만 처절한 엄마들의 분투기 ‘엄마의 탄생’ (오월의봄)

이와 관련해 최근 김보성, 김향수, 안미선 작가가 쓴 <엄마의 탄생>이란 책에서 대한민국 엄마로서 감당해야 하는 지출에 대한 냉철한 지적을 읽으며 그동안 캐묻지 않은 씀씀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성의 과학화와 소비주의화를 전제한 이러한 모성 이데올로기는 현대 한국 산후조리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산 직후 초기 엄마 노릇은 수유에 집중되는데, 산후조리사들이 모유수유를 강조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녀의 필요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첫 번째 압력을 받게 된다.(중략) 운동, 취미활동,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형태를 띠고 있든 그것의 본질적 목적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있다. 하루에 두세 번씩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엄마는 육아 ‘과학’의 세계에 처음으로 입문하며 소비적 모성을 처음으로 배워나가게 된다. - 26p”

소비도 문제지만 모유를 먹어야만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제왕 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을 해야 아이가 유익한 미생물을 접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등의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건 분명 사실일 것이다. 모유 수유와 자연분만이 아이의 건강에 유익한 것은 맞지만 해산을 치르며 몸과 마음이 망가질 것을 각오한 여성에 대한 배려는 없는 정보다.

모유 수유가 되지 않는 여성은 지출과 고통을 감내하며 유축기와 마사지와 같은 소비를 의무처럼 선택하게 된다. 제왕 절개로 아이를 낳은 여성은 자연분만의 고통을 참지 못한 나쁜 엄마로 낙인찍히거나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역시 모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결과다. 

“모성을 모든 정상적인 여성이 갖는 생물학적 본능으로 파악하고 과학 지식에 입각하며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가장 좋은, 엄마라면 누구든 기쁜 마음으로 해야만 하는 일’로 여기게 하는 것이 여성에게 억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출산과 양육이라는 생물학적 재생산 기능에 여성을 묶어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에게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엄마상만을 강요하여, 엄마 노릇 외에 다양한 정체성과 자아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출산 이후 또 한번 목돈의 소비를 부여받는 게 있다면 돌잔치다. 조카들의 돌잔치를 곁에서 두 번이나 경험한 나로서는 돌잔치가 100% 부모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치르는 행사가 아닐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돌잔치를 치르는 마음에는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서, 나중에 아이가 서운해할까 봐,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등이 많았다. 그래서 목돈을 들여가며 거창하게 아이 생일파티를 한다. 성장앨범, 백일상, 돌잔치 모두 반쯤 떠밀려 지갑을 여는 행태다. 본래 돌잔치는 영아 생존율이 낮았던 과거에 아이가 무탈하게 첫 생일을 맞이한 것을 가족, 이웃과 축하하는 자리였다. 

“엄마가 되기로 신중한 선택을 한 여성들은 역설적으로 ‘아이를 갖고 키우는’ 의미를 끈질기게 찾으며, 아이를 통해 자기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마련한다. 일생에 한두 번뿐인 임신에 큰 의미를 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다른 여성들을 상호 참조하며 엄마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인정받는 장으로 돌잔치와 만삭 사진, 성장앨범 등에 적극 가담하게 된다. - 185p”

이러한 지출을 그저 단순하게 여성의 욕망과 겉치레로 볼 수 있을까. 나는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 이 모든 지출과 의무감은 모성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됐고, 그 틈을 노리는 상술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고 본다. 

상술은 어디에나 있다. 몇 해 전 결혼 준비를 하며 ‘애교예단’이란 말을 접하고 어처구니가 없어 크게 웃은 적 있다. 어디에나 있는 상술이지만 유독 죄책감과 연루되는 게 엄마와 관련된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스스로 규정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죄책감과 의무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좋은 엄마’의 탄생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우먼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