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2018년 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창문에 ‘with you’ ‘we can do anything’ 등의 종이가 붙었다. 졸업생들이 재학 중에 겪었던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자 재학생들이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화답하며 지지한 것이다. 용화여고 사건은 국내 '스쿨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출발점이다. 

용화여고 스쿨미투 운동.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용화여고 스쿨미투 운동.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스쿨미투’는 학교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학생들의 미투 운동이다.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대구 소선여중, 서울 대원예고, 대구 혜화여고, 충북여중, 청주여상, 경기 경화여중, 서대전여고, 서울 광남중, 충북여고, 부산 문화여고 등 전국에서 줄줄이 스쿨미투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이 고발한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은 참담했다. 

“성폭행 피해자들은 옷을 야하게 입어놓고 할 말이 있나, 그 학생처럼 입으면 성폭행당하는 것이다” “술집 여자 같다, 몸 팔러 가냐”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예쁘고 쭉쭉빵빵해야 한다” “나한테 가슴 보여주려고 반팔만 입었냐” “끼 있는 애들이 먼저 아양 떨어 놓고 미투라고 한다” 

성차별·성희롱적인 언급뿐만 아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방을 동의 없이 불쑥 들어가는가 하면, 학생들의 거부에도 억지로 껴안거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스쿨미투는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 성교육·성상담 전문기관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 스쿨미투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문의했다. 

Q. 스쿨미투, 왜 일어날까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면, 확인과 조사 과정을 거쳐 징계위원회 등을 열고 상황에 맞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거나, 상담 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외부에 발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사한테 성차별·성희롱을 당한 학생은 큰 피해를 당했다고 느낀다. 그러나 제3자 등이 봤을 때는 큰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 교사가 징계만 당하고 학교에 남아있거나, 학교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보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는 가벼운 징계만 받고 변화가 없다고 느낀다.

성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따라 학교는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국민 정서나 피해자 입장에서 적절하게 처리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Q. 성교육,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성폭력에 대한 교육은 학교 특성상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심하고 꼼꼼하게 이뤄지기보다 성폭력의 정의라든지,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 등 누구나 알 만한 또는 들어봤을 법한 내용으로 똑같은 교육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 입장에서는 성교육이 실효성 있게 다가온다거나, 본인들의 일상에 긴밀하게 연결된 느낌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

Q.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스쿨미투에 대해 모든 학생이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선생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일부 학생은 동의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또 일부 학생은 말해봤자 바뀌지 않을 텐데 굳이 문제를 제기해 학교를 시끄럽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생각의 차이와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과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입장이 있다 보니 2차 가해도 생겨난다. “너만 조용히 하면 되는데 별것도 아닌 거로 예민하게 군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이는 스쿨미투 사안과 함께 심각한 문제다. 

2차 가해가 만연하면 아무도 변화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것이 2차 가해인지, 피해자가 어려운 지점이 무엇인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어려움이 있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이후에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절차가 있다는 것을 학생에게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을 계기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어떤 한 그룹만, 예를 들면 교사만 바뀐다고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이루고 있는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Q. 성교육,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성폭력 예방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성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들을 막아야 한다는 교육이다. 하지만 현 교육은 폭력에만 초점을 맞춰져 있다. 

무엇이 통용되고, 어떤 것이 행복인지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 하지 말라는 교육만 하다 보니 학생들은 귀를 닫기도 하고,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 따라서 내가 당했어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고, 편견이나 통념이 작동돼 “네가 빌미를 준거 아냐?”라는 사회적인 시선이 아직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력만 강조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피해 경험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 

‘제도만으로는 스쿨미투를 없앨 수 없어’ ‘학교를 바꿀 수 없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게 스쿨미투 같다. 그러나 그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왜 없어진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제도 개선 문제를 넘어 성범죄를 대하는 생각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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