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탐색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성평등 교육을 위한 책

우먼타임스 = 이사라 기자

N번방 사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 등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는 성폭력 에서 우리는 무거운 질문을 마주한다.  

페미니즘 교육은 성폭력, 여성혐오 문제의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로 제도화되고 꾸준히 수행되어 온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과 양성평등 교육은 왜 페미니즘 교육이 되지 못했을까. 

페미니즘 교육은 가능한가 (사진=교육공동체벗 제공)
페미니즘 교육은 가능한가 (사진=교육공동체벗 제공)

교육으로 개인의 성평등 의식을 고양할 수 있을까. 오늘날 페미니즘 교육의 의미는 무엇일까. 

신간 ‘페미니즘 교육은 가능한가’는 저자 8명의 이야기를 통해 페미니즘 교육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과제를 짚고 성평등한 교육을 모색한다. 

책은 페미니즘 교육의 출발점은, 교육이 성평등을 어떻게 상상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공간이자 체제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엄혜진은 현재 왜곡되고 있는 페미니즘 교육의 논점을 정돈하고 논의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그는 페미니즘의 모범 답안이 이미 주어진 것처럼 전제하고 이에 대한 정서적 공감에 치중하는 반지성주의적 경향이 교육자와 학습자 양자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그리나는 성차별적 구조를 다루지 않는 학교 성평등 교육의 내용과 형식적이고 무책임한 관리 체계 속에서 교육 주체들이 백래시의 위협 앞에 방치되었다고 지적한다. 

김서화는 학교의 잠재적 교육과정인 학교폭력 규율 체계, 정신 건강 관리 체계 속에 성적 차이와 성평등의 의미가 어떻게 구축되고 있는지를 해부하고, 김수자는 대안학교에서의 페미니즘 교육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과 긴장을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그리나, 김서화, 김수자의 세 글이 학교라는 공간을 둘러싼 논의를 다뤘다면 다음의 네 글은 학교 안팎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최기자는 대상을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고 처벌 양형만을 강조해 시민을 관전자로 훈련하는 젠더폭력 예방 교육과, 위험만 주지시키며 여성을 공적 공간에서 배제하는 젠더폭력 예방 정책의 역효과를 비판한다. 

윤보라는 성폭력 예방의 테두리 안에서만 젠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성적 차이에 대한 존중을 포함한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하는 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논의를 제안한다. 

이진희는 ‘프로아나’와 ‘탈코’라는 대극적 현상에 주목하여, ‘나답게’ 교육을 넘어 성적 차이를 가진 인간들이 공존하기 위한 성평등 교육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임국희는 현재 성평등 교육에서 데이트 폭력, 임신 등 위험으로만 표상되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교육이 참여자에게 자신의 생애 과정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개인에게 지워진 의무가 아닌 시민적 덕목으로서 돌봄을 사유하는 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덟 편의 글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점은 남성과 다른 여성의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어떻게 온전히 여성을 시민으로서 대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열쇠를 교육으로부터 찾고자 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개인들은 형식적으로 평등해 보이지만, 실상 이상적인 남성 시민의 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도록 교육받는다. 체제의 기반이 되는 ‘시민’의 정의를 흔든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교육은 필연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불온한 교육이다. 어떤 상식에도 안주할 수 없는 불온함 속으로, 이 책은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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