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인도 농촌 결혼 4만 건 분석
신부 측이 7배나 많은 지참금 내
2012년에만 지참금 문제로 여성 8000여 명 살해돼
BBC, “가정폭력, 임신중절, 범죄를 만드는 사회악”

우먼타임스 = 성기평 기자

현대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도의 결혼 지참금 ‘다우리(dowry)’ 문화가 여전하다.

BBC는 5일 인도의 지참금 문화를 집중 보도하면서 “1961년 ‘지참금 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인도의 농촌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여전히 지참금 제도가 불법적으로 유지돼 왔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의 분석 결과를 인용했다.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은 1960년부터 2008년까지 인도 17개 주의 농촌 결혼 4만 건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중 95%에서 여전히 지참금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 인구의 96%가 이 17개주, 특히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인도의 신부. (힌두스탄 타임스) 
인도의 신부. (힌두스탄 타임스) 

지참금은 결혼할 때 신부 측이 신랑 측에 현금이나 물건을 주는 오래 된 풍습이다. 결혼의 경제적 부담을 신부 측에만 일방적으로 지운다. 그래서 임신 중절을 부추기고 남아 선호 사상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BBC는 “그럼에도 사회적 악으로 묘사되는 이 관행은 계속해서 번성하고 있다”며 “이는 여성을 가정폭력과 심지어 죽음에도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원에 따르면 지참금 분쟁으로 2012년에만 8000여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

2014년에는 자르크한드주에서 남편과 시부모가 지참금 갈등을 빚던 신부에게 휘발유를 붓고 불태워 살해한 엽기적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한 살 딸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엔 케랄라주에서 결혼 지참금을 반환하지 않기 위해 방에 코브라를 풀어 부인을 살해한 남성이 체포됐다. 지난해 9월에는 딸만 다섯인 인도의 한 남성이 여섯 번째 아이의 성별을 미리 알기 위해 임신한 아내의 배를 가르는 범죄를 저질렀다. 아내는 목숨을 구했지만 태아는 사망했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신부 쪽이 신랑 측에 평균적으로 7배나 많은 ‘결혼지참금’을 냈다. 신랑이 신부에게 제공한 평균 액수는 5,000루피(약 7만 원)였던 반면, 신부가 신랑한테 지급한 돈은 평균 3만2,000루피(약 48만 원)였다. 신부의 지참금에서 신랑의 지참금을 뺀 ‘순(純)결혼지참금‘은 2만7,000루피(약 41만 원)다. 평균 순지참금은 그해 연간 가계소득의 14%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결혼지참금 제도 폐지 이후에도, 50년 가까이 양측의 지참금 액수가 일정하게 유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인도에서 부모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지참금을 저축한다. 딸이 있는 아버지가 아들이 있는 아버지에 비해 1년 간 더 많은 노동을 한다는 조사도 있다. 카스트 제도에 따른 계급이 높을수록 지참금 액수도 많아졌다.

인도인의 결혼에는 주목할 만한 점들이 있었다. 거의 모든 결혼은 일부일처제이지만 1960년부터 2005년까지 결혼한 쌍의 90%는 부모가 배우자를 골랐다. 시댁에서 시부모를 모시는 사람이 90%를 넘는다. 이혼율은 1% 정도로 매우 낮다.

힌두교 결혼 관습에 따르면 여성은 결혼 상대로서 자신의 카스트와 동등하거나 높은 남성을 선호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자연히 양가 간에는 불평등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신부는 남편에 대한 ‘선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신부 측 집안은 신랑 측에 비해 열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이런 풍습이 지참금 제도를 강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특히 일정 정도의 부를 이룬 하위 카스트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향시키려는 의도에서 딸을 상층 카스트에 시집 보내면서 화려한 결혼식을 하고 막대한 지참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힌두 사회에서 결혼은 종교적 의무에 해당한다. 결혼식은 가문의 명예를 높이고 지위를 과시하는 기회로 간주돼 대다수 인도 가정은 양가 친인척을 모두 초대하는 사치스럽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이에 소요되는 결혼식 비용을 지참금이란 명목으로 약자인 신부 측에 부담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인도 정부는 1961년 ‘결혼지참금 금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1984년엔 관련 처벌 조항 등도 강화했다. 하지만 지참금 제도는 여전하고 그로 인해 여성에 가해지는 차별 및 폭력 등의 폐해는 줄지 않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2017년 인도의 다이아몬드 재벌 마헤시 사바니(앞줄 가운데)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수라트시에서 결혼식을 후원한 신부 251명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부는 모두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여성들인데 인도에서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여는 풍습이 있어 가난한 여성들은 결혼하기 어렵다. (AP/연합뉴스)
2017년 인도의 다이아몬드 재벌 마헤시 사바니(앞줄 가운데)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수라트시에서 결혼식을 후원한 신부 251명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부는 모두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여성들인데 인도에서는 결혼식을 성대하게 여는 풍습이 있어 가난한 여성들은 결혼하기 어렵다. (AP/연합뉴스)

 

저작권자 © 우먼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