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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백희나 작가, 아동문학계 노벨상 수상했지만...

스웨덴 제정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구름빵 4,000억 부가가치, 작가는 1,850만 원 받아
저작권 1,2심 패소, 대법원 상고 중

  • 기사입력 2020.04.03 12:21
  • 최종수정 2020.08.01 16:27
그림동화 ‘구름빵’과 백희나 작가. (예스24, 연합뉴스)
그림동화 ‘구름빵’과 백희나 작가. (예스24, 연합뉴스)

[우먼타임스 서은진 기자]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다 아는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3월 31일 수상했다. 

린드그렌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에밀은 사고뭉치’를 그린 스웨덴 동화작가 린드그렌을 추모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상금은 아동문학상 중 가장 많은 6억 원 가량이다.

67개 국 240명의 후보가 경쟁했는데 한국 작가가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심사위원회는 백 작가를 “소재와 표정, 제스처에 대한 놀라운 감각으로 영화 같은 그림책을 통해 외로움과 결속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며 “작품은 경이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이며, 감각적이고, 아찔하면서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또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은 직접 만든 피규어와 공들인 조명과 사진을 배경으로 한다. 풍부한 시각적 세부사항뿐 아니라 모든 감각에 대한 경험에서 독자를 안배시키는 능력도 놀랍다"고 평하면서 "모든 이야기에는 아이의 관점과 우리 삶에서 놀이와 상상이 갖는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백 작가는 13권의 그림책을 출판했다. 대표적 작품이자 첫 작품인 ‘구름빵’은 2004년 출간했다. 고양이 남매가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을 엄마에게 갖다주고 엄마가 그걸로 빵을 굽는다. 그걸 먹고는 구름처럼 하늘로 붕 떠서 하늘을 날아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한 아빠에게 구름빵을 갖다준다는 내용이다. 

백 작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림책을 만든다. 단순히 삽화를 그리는 게 아니라 점토를 손으로 주물러 인형을 만들고 소품과 배경세트도 직접 다 제작을 하고 조명을 곁들여 하나의 무대를 연출한다. 마치 인형극처럼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이를 사진으로 찍어 그림책을 만든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생동감과 입체감을 준다린드그렌상 심사위원회는 이를 '영화화된 그림책(filmic picture books)'이라고 표현했다.

백 작가는 2004년 첫 그림책인 '구름빵'으로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이후 전 세계 10여개 국에서 번역 출판되고 다양한 2차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백 작가는 1971년 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칼아트)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2013년에는 한국출판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양우 문화체육부장관은 축전을 보내 "그동안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 창작 기법으로 경이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준 백희나 작가의 작가적 성취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축하했다.

백희나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 동화작가다. '달 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팥죽할멈과 호랑이' '북풍을 찾아간 소년', '분홍줄' 등 13권의 그림책을 펴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페이스북 캡쳐)

<구름빵과 저작권 문제>

백희나(49) 작가의 구름빵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 사례지만, 막상 그는 불공정한 저작권 풍토 때문에 경제적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한 대표적 작가로 그동안 언론에 여러번 소개됐다.

구름빵은 각국에 수출돼 약 45만 부가 팔렸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뮤지컬, 드라마,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약 4,0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이 얻은 경제적 수익은 미미했다2003년 신인 시절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매절(買切) 계약을 출판사와 맺는 바람에 인세 수입 등을 포함해 1,850만 원을 받은 게 전부다. 제작비와 재료비 850만 원, 한참 후에 전시회를 열면서 받은 1,000만 원이다.

매절 계약이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미리 일정 금액만 지급하고 향후 저작물 이용을 통해 얻는 모든 수익을 독점하는 불공정 계약이다. 저자는 2차 콘텐츠 창작과 사용에 대한 권리 모두를 출판사에 넘기는 계약인 셈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작가는 출판사와의 관계가 중요해 이 계약에 동의했다고 한다.

백 작가는 이후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고, 최근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차피 승산이 있어서 시작한 싸움이 아니었다. 신인 작가들에 저작권 계약 조건이 너무 불리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 일이라며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것을 알면서도, 이런 일들이 만연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태국에 머무르고 있는 백 작가는 3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전화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받은 상처는 정말 말도 못하죠. 그냥 혼자서 냉가슴을 앓았던 그 시절이 사실은 가장 힘들었어요. 저는 그 타격으로 7년 동안 창작 활동을 전혀 못 했습니다. 한약방에 가서 증상을 얘기했더니 화병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지금도 역시 시민작가들은 불공정한 계약 때문에 저작권을 빼앗기기도 하고 굉장히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이거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그게 저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끝까지 가야죠. 지더라도 알리고 지려고요, 세상에. 나는 졌다 이렇게.”

백 작가는 구름빵저작권 논란 후 실의에 빠져있다가 7년 만에 1인 출판사를 만들어 두 번째 창작그림책 달샤베트를 썼다. 그런데 이 역시 한 걸그룹이 이름을 가져다 썼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걸로 판명됐다. 작가는 어린이그림책 제목이 댄스그룹 이름으로 쓰이는 걸 싫어했다.

보통 이런 큰 상을 받으면 출판사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다, ‘구름빵저작권을 보유한 한솔 측은 작가와 소송 중인 상황을 고려해 그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작가는 한솔 측과 분쟁이 시작된 이후 주로 도서출판 책읽는 곰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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