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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전날, 오빠네 가려고 택시를 탔다. 소림이가 “안녕하세요” 인사하자 기사님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인사 고마워요, 꼬마 아가씨. 아이랑 다닐 땐 택시가 편하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안 타고 살았는데 지금은 애용해요.”더는 택시 타는 데 주저함 없다. 조건이 붙긴 한다. ‘너무 덥거나 추운 날, 또는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치는 날 ‘소림이랑’ 외출해야 할 때’. 평소 택시비를 아끼는 나에게 이 조건은 정당한 이유로 작용한다. “제 딸도 비슷한 또래 아들을 키워요. 아이랑 외출할 땐 꼭 택시 타라고 일러뒀지요
기고∙칼럼
홍소영 작가
2022.08.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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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 손성은 기자올해 상반기에만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점포 130여 곳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은행의 점포 폐쇄는 해가 갈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다. 집이나 사무실 주변에서 은행 찾는 일이 어려운 날이 올지도 모른다.은행은 왜 점포를 줄이는 걸까?이같은 질문에 은행은 효율화를 꼽고 있다. 내방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비용을 쓰며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거의 모든 은행 업무는 스마트폰 비대면 창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동네의 점포가 사라지면서
기고∙칼럼
손성은 기자
2022.08.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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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책을 네 권 냈는데 그중 결혼생활 에세이와 딩크 에세이가 있다. 결혼생활과 비출산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의도치 않게 그와 관련된 고민을 가진 이들로부터 질문과 상담 요청을 받은 적 있다. 질문과 상담은 지인 중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SNS의 메시지로 연락이 오거나 메일이 오는 경우가 더 많다.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속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했지만, 그들은 그저 현재 상황을 경청해주고 공감해주는 데서 힘을 많이 얻는 듯했다. 한편으로 얼마나 말할 곳이 없으면 일면식 없는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을까 싶어 마음이 쓰이곤 했다. 그
기고∙칼럼
도란 작가
2022.08.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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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우먼타임스는 22일 편집국장에 한기봉 편집인을 겸임 발령하고, 박광신 편집국장을 이사로 보임했다. 한 신임 편집국장은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장, 언론중재위원, 신문윤리위원을 역임했다.
연재·칼럼
심은혜 기자
2022.08.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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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셔츠는 내가 다림질을 해 줘요.”얼마 전에 만난 지인의 말에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60대 중반의 남성인 그분은 주말이면 직장에 다니는 30대 아들의 셔츠를 다려준단다. 우리 아빠도 남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자 아들의 셔츠를 다려주셨다.거실 바닥에 아주 오래된 진초록색의 거친 군용담요를 펼치고 물뿌리개를 준비한 후 깨끗하게 빨아진 셔츠를 챙긴다. 담요 위에 셔츠를 놓고 깃 부분에 칙칙 물을 뿌린다. 뜨겁게 달궈진 다리미로 힘껏 눌러준다. 후줄근하던 셔츠 깃이 빳빳해지면서 모양이 살아난다. 다리미가 셔츠의 팔을 지나
기고∙칼럼
최희정 작가
2022.08.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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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한 지 32년, 이토록 엄청난 양의 비를 목격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80년인가 100년 만이라는 기록적인 폭우는 곳곳에 많은 사건과 사고를 일으켰고, 누군가는 폭우의 거센 위력 앞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최첨단을 달리는 도시라 해도 천재지변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신림동 반지하 주책에 거주하던 일가족 세 명이 집 안에서 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은 일이다. 도로에 물이 차면서 수압으로 인해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고, 유일한 탈출구인 창문은 방범용 창살이 설치되어 있어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
기고∙칼럼
서지은작가
2022.08.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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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 최인영 기자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여부를 공론화하면서 소상공인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건강한 유통질서 확립과 전통시장 활성화,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 보장 등을 위해 지난 2012년 처음 실시된 제도다. 대형마트는 월 2회 휴업해야 하며, 오전 0~10시에는 영업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대통령실은 지난달 윤 정부 새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어뷰징(중복투표)’ 의혹으로 철
기고∙칼럼
최인영 기자
2022.08.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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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이 방학했다면서, 안 와?” 엄마의 전화를 받고 횡성행 기차를 탔다. 전원 속 외할머니의 이층집을 좋아하는 소림이 도착하자마자 집 안 곳곳을 탐험한다. 강원도의 여름은 맹렬했다. 냉커피를 타려고(냉커피라는 말을 쓰면 옛날 사람이라지만 나는 꿋꿋하다) 얼음을 꺼내는데 냉동실 선반에서 툭, 뭐가 떨어진다. 엄마의 도토리, 아맛나. 아맛나는 아이스크림이다. 나는 일 년에 한두 차례 좋아하지도 않는 아맛나를 사 먹는다.나를 낳고 다음 날,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엄마는 왜 이리 늦는 거야?’ 그 길로 아기엄마 명옥은
기고∙칼럼
홍소영 작가
2022.08.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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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자매와 친구들이 엄마가 됐고 자연스레 대한민국 엄마들의 사정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 사정에는 반드시 ‘돈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 돈 이야기에는 일부 계층을 향한 애석한 시선도 포함돼 있다. 빈곤층이 아이를 낳거나,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 등의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축복과 응원만 하지 않는 이유, 바로 돈 때문이다.아이를 낳기 전 출산을 준비하며 드는 돈, 아이를 낳은 직후 시시각각 지불하는 돈, 이후 양육과정에서 필요한 돈. 아이를 낳는 건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기고∙칼럼
도란 작가
2022.08.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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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떻게 개야 할지 모르겠어.”나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아들은 빨래를 개고 있었다.“갤 때마다 어려워.”찌개에 넣을 애호박을 썰던 나는 아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들의 손에는 내 브래지어가 들려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나도 잘 몰라. 너 편한 대로 해.”그렇게 대답해놓고 아들이 하는 양을 지켜본다. 솔직히 40여 년을 저것을 몸에 붙이고 살았던 나도 어찌 개야 할지 잘 모른다.“여름에 저걸 하면 엄청 덥거든.”찜통 날씨에도 찌개를 끓인답시고 불 앞에 서 있던 내가 말했다.“응. 그럴 것 같아.”아들은 내 말에
기고∙칼럼
최희정 작가
2022.08.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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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버지를 상상할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가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뜀박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분홍색 야광 반바지에 여위고 털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무릎을 높이 들고 뛰는 아버지의 모습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규칙을 엄수하는 관리의 얼굴처럼 어딘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 p.10)읽고 또 읽는 이 단편을 읽는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영락없는 노인이 된 아버지.상상 속 내 아버지는 언제나 인쇄기를 돌리고 있다. 3
기고∙칼럼
홍소영 작가
2022.07.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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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친권과 양육권은 친모인 내가 갖기로 했다. 내가 엄청난 모성애의 소유자라 아이를 빼앗길 수 없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고, 아이 아빠에게 치명적인 귀책사유가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꽤 오랜 시간을 들여 소송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혼에 이르긴 했지만, 결국 조정 이혼으로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가 되었고, 아직 어렸던 아이를 키우는 데는 현실적으로 엄마인 내 쪽이 좀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리 된 것이다.오래된 신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엄마와 아빠가 아이 팔을 한 쪽씩 붙들고 서로 데려가겠다며 잡아당
기고∙칼럼
서지은 작가
2022.07.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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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의 이름에는 가해자 이름 대신 사건이 벌어진 대학교의 이름이 붙었다. 아마 그 학교의 재학생들에게도 매우 끔찍한 일일 것이다. 소식을 알게 되고 기사를 여러 개 찾아 읽어봤다. 예상대로 기사마다 2차 가해가 한창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놀랄 만큼 자극적으로, 기사만 봐도 범행 과정이 상상되도록 제목과 기사를 쓰며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혔다. 피해자의 옷차림 운운은 참으로 한심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상은 이제 학교 이름만 검색해도 알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졌다. 지금 피해자의 가족들
기고∙칼럼
도란 작가
2022.07.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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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빗줄기가 퍼붓던 며칠 전 수원에서 ‘옥상 위 달빛이 만나는 자리’라는 인상적 제목의 연극을 보았다. ‘얘기 씨어터 컴퍼니’가 올린 이 연극은 죽고 싶어 옥상으로 올라온 네 사람의 이야기다.조그만 싱크대 가게를 운영하는 중년의 자영업자. 그는 일이 줄어들고 늘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어느 고층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간다. 새아버지와의 문제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여고생. 그도 죽고 싶어 옥상을 찾는다. 경제 문제로 시작된 부부싸움으로 함께 죽겠다는 젊은 부부도 등장한다.이 네 사람은 우연히 같은 옥상에서 만나 서로의
기고∙칼럼
최희정 작가
2022.07.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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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박광신 편집국장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에 얼마나 진심일까?지속가능경영은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최근 몇 년간 뜨거운 화두인 ‘ESG경영’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준다.ESG는 전 세계적인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앞다퉈 발간하는 ESG 보고서를 살펴보면 로드맵만 거창할 뿐 구체적인
기고∙칼럼
박광신 편집국장
2022.07.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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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렸다. 동거인 딸 소림이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확진자가 부득이하게 보건소나 병원을 방문할 시 대중교통 아닌 자차로 이동해야 한다. 나에겐 자가용도, 소림을 병원에 데려가 줄 대체 보호자도 없다. “아, 그러십니까? 방법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 없어!” 포털사이트가 호들갑을 떨면서 방역 밴을 이용하라고 알려줬다. “와, 그런 게 있다니! 그런데 요금이, 7만 원? 장난하십니까?” 분하지만 걷는 수밖에. 보건소까지는 27분, 선별진료소가 있는 병원까지는 20분이 걸린다. 병원은 언덕 위에 있다.
기고∙칼럼
홍소영 작가
2022.07.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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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 손성은 기자‘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 ‘은행산업 경쟁 촉진’, ‘미래 신성장동력 경쟁 촉진’ 등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 과정에서 거론된 이야기다.지난 2017년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했고 이어 같은 해 7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토스뱅크가 문을 열었다.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사이 총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비대면 영업 문화 확산과 새로운 개념의 금융상품 출시로 기존 시중은행에도
기고∙칼럼
손성은 기자
2022.07.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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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1941년 4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러다 맏형이 병환으로 마흔도 되지 않아 사망하자 자동으로 맏형 대행(?)이 되었다. 시절이 많이 변했다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째 아들의 가장 큰 임무는 제사와 차례를 치르는 것이었다.아빠에게 넘어온 맏형의 임무는 사실상 엄마의 몫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엔 차가 없어, 엄마는 뒤돌아서면 그새 돌아오는 제사와 명절 준비로 하루에도 시장을 몇 번씩 오가며 양손 가득 장을 봐 김치를 담그고 전을 부치고 잡채를 했다. 우리 집에 오는 그 많은 식솔들을 먹여야 하니 그 양도 엄청
기고∙칼럼
서지은 작가
2022.07.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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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가 되기 전 9년간 회사에 다녔다. 오래 다닌 회사도 있고, 짧게 다닌 회사도 있다. 20대 때는 면접이 잡히면 잔뜩 긴장했는데, 30대가 가까워져 오자 긴장도 없었다. 면접에서 들을 질문도 어느 정도 예상되고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질문에 골몰하곤 했다.아주 작은 중소기업과 직원수가 꽤 되는 중견기업, 갓 시작한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회사의 면접을 봤는데 늘 비슷한 결의 질문을 받았다. 회사 규모나 업무에 아무 상관 없는 질문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주로 이런 질문이었다. “남자친구 있어요? 결혼 예정인가요?”“결혼해도 회사
기고∙칼럼
도란 작가
2022.07.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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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더위가 시작됐다. 연일 30도가 넘는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아 습기도 많다. 작년에 언니가 보낸 삼계탕을 끓이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 언니는 찹쌀과 인삼이 살짝 덜 익었으니 다시 푹 끓여서 먹으라는 문자를 보냈다. 처음 이 문자를 보았을 때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피곤했고, 날은 더웠고, 밤에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바스락거렸기 때문이다.덜 익은 것을 먹을 수는 없는지라 할 수 없이 다시 끓이다가 냄비 뚜껑을 열어보았다. 닭의 양다리를 야무지게 실로 묶은 모양이 보였다. 문득 머릿속에 언니가 삼계탕을 만드는 과정
기고∙칼럼
최희정 작가
2022.07.05 15:06